(중앙일보) [기자칼럼]‘7080’의 추억과 한인 커뮤니티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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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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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워싱턴 동포들은 ‘7080’ 추억을 되살리는 기회들을 가졌다.

센터빌 와싱톤 중앙장로교회에서 열린 김세환·윤형주 콘서트에 참석한 2000여 명의 동포들은 ‘그 시절’ 노래를 들으며 박수 치고 ‘7080’의 기억을 나눴다. 가수들은 통기타를 치며 1980년대 광고 삽입곡을 불렀다. “손이 가요 손이가. 새우깡에 손이가요…”, “좋은 사람 만나면 나눠주고 싶어요.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을 부르자 사람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가시나무 새’와 ‘두 개의 별’ 등 추억의 가요와 팝송, 복음성가를 들으며 함께 추억에 잠겼다.

애난데일에서는 추억의 레코드판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박용찬 워싱턴미주방송 대표가 30여 년간 모은 레코드판 1만3000여장을 처분한다고 발표한 뒤 5일 만에 5000여 장이 팔렸다고 한다. 한 번에 1000장, 500장씩 대량구매하는 이들도 있었다. 박 대표는 “70대 노인이 실컷 듣다가 손자에게 물려주겠다며 클래식 음악으로 1000장을 가져갔고, 또 다른 노인은 한국의 전통곡인 민요를 자식들에게 들려줘야 한다며 민요만 다 골라서 가져갔다”며 예상치 못한 레코드판의 인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표는 “센터빌과 락빌, 볼티모어 등에서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파는 곳을 찾기 어렵다며 새벽 6시에 찾아오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어려움도 적지 않았던 1970~1980년대. 한국 국민들은 왜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걸까? 그 시절에는 힘도 들었지만 정이 많았다. 이웃사촌이란 말처럼 서로 돕고, 함께 가는 문화가 강했다. 맛있는 것 있으면 나눠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함께 들었다. 주머니 사정도 점점 나아졌다. 대한민국은 연평균 10% 넘는 고도 경제성장을 했다. 은행에 돈을 맡겨놓으면 연 10%가 넘는 금리를 줬다. 몇 년만 허리띠 졸라매고, 부지런히 일하며 아껴쓰고 저축하면 너도나도 내 집 마련하던 시절이었다. 청년들은 취업 걱정 안 했고, 신혼부부들은 아이 두 명 이상씩 낳았다.

지금처럼 저성장, 청년실업, 비정규직, 양극화, 전세대란, 가계 빚, 저출산, 고령화라는 사회용어는 듣기 어려웠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중문화도 꽃을 피웠다. 희망을 노래하는 가수도 많았고, 가사와 리듬에는 따스함과 역동성이 묻어났다. 88년도 서울 올림픽 때 그룹 ‘코리아나’는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모두 살기 좋도록”을 외쳤다.

한국인의 상징인 호랑이처럼 용맹스럽게 가난을 극복하고 문화를 발전시킨 ‘7080’ 시절은 저성장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편안한 쉼을 주고, 도전 의지와 용기를 북돋워준다. 의미있는 시절의 소중한 문화는 우리를 거쳐 차세대에도 이어져야 한다. 앞으로 우리의 후손들이 미국사회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때, 그들은 어디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한국에서조차 희미해지고 있는 ‘효’, ‘정’, ‘베품’, ‘근면’, ‘성실’, ‘절약’, ‘저축’, ‘열정’, ‘도전’, ‘끈기’ 등 소중한 정신적 유산을 어디서 접할 수 있을까?

워싱턴 한인사회에서 범동포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인 커뮤니티 센터가 그 답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뮤니티 센터는 ‘7080’의 문화 콘덴츠와 한류 문화, 1세대와 2세대의 문화, 전통문화와 미국문화가 살아 숨쉬는 문화 전승과 융합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지역 한인사회의 숙원인 한인 커뮤니티 센터 건립은 이제 동포사회 전반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가속도가 붙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안호영 주미대사와 대사관 직원들까지 성금을 모아 동참했다. 한인들의 꿈이 눈 앞에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한인 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해야 할 것이다.

- 중알일보 삼재훈 기자